한국고속철도(KTX)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다음달 1일부터 새 고속열차 'KTX-청룡'이 첫 운행한다. 시속 320km로 달리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고속열차다. 아직은 KTX(산천)와 같은 시속 300km로 달리지만 2028년부터는 '급행고속열차'라는 목표가 현실화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일 '고속철도 개통 20주년 기념식'에서 "5월부터 KTX-청룡을 경부선과 호남선에 투입하겠다"며 "이동시간을 최대 30분 단축하는 급행 고속열차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KTX-청룡의 운임은 KTX-산천과 동일한 수준이다. 같은 값에 더 넓은 좌석, 개인 창문을 누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2028년 이후 더 빨리 달리게 되면 어떨까? 주파 시간은 줄어들 수 있지만 운임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때가 되면 아직 2대뿐인 KTX-청룡 열차는 19대로 증차될 전망이다.
22일 오전 서울역을 출발한 'KTX-청룡' 열차는 대전, 동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왕복했다. 이날 시승 행사에는 국민 시승단 330명과 언론 관계자 70명 정도가 참여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선착순 공모로 선정된 1200명을 대상으로 오는 25일까지 행사를 진행한다.
기존 KTX보다 넓고 쾌적하다는 게 한눈에 보였다. KTX-산천은 379명을 태울 수 있는데 KTX-청룡은 이보다 35% 많은 515석을 갖췄다. 두 대(편성)를 연결해 복합(중련)열차로 운행할 경우 좌석은 1030석에 달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싣고 달리는 고속열차가 된다는 게 코레일 측 설명이다.
좌석은 많은데 간격은 더 넓어졌다. 열차 전체 길이는 199.1m로 KTX-산천(201m)과 비슷한데 옆줄과의 간격, 앞자리와의 간격이 넓어져 공간감이 느껴졌다.
이밖에도 KTX-청룡은 220V 콘센트는 물론 무선충전기와 USB 충전포트도 좌석마다 갖췄다. 객실 모니터도 19인치에서 21.5인치로 키웠다. 무선인터넷 환경도 개선됐다. 2칸에 하나 뒀던 와이파이 장치를 1칸에 2개로 늘렸다.
KTX-청룡에 탑승한 한 20대 커플은 "핸드폰 무선 충전도 되고 노트북 충전기를 꽂을 수 있어 편리하다"며 "영화를 보면서 이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편리한 건 좌석마다 개별 창문이 있다는 점. KTX-산천은 4명이 하나의 창문을 공유해 앞좌석에서 블라인드를 내리면 뒷좌석은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다. 반면 KTX-청룡은 좌석 열마다 개별 창문이 있어 각자 원하는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시승 행사에 참여한 한 어린이는 "창문이 뒷자리와 연결돼 있어서 다른 사람이 불편할까봐 못 닫았다"며 "KTX-청룡은 자리마다 창문이 있어 마음대로 닫을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아직은 KTX 속도지만…덜 서니 빨라
KTX-청룡은 설계속도 352km/h, 영업속도 320km/h로 국내에서 가장 빠르다. 다만 현재는 KTX와 동일한 300km/h로 운행하고, 2028년 평택-오송 2복선이 완공되면 그 구간에서 320km/h로 달린다. 300km/h까지 속도를 올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3분32초로 KTX-산천(5분16초)보다 1분44초 단축됐다. 가속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노준기 코레일 여객마케팅처장은 "현재는 광명~부산 고속화 구간에서 300km/h로 운행한다"며 "출발부터 도착까지 300km/h로 달리는 건 아니다"라며 "2028년부터는 산천(300km/h)보다 빠른 320km/h의 최고 속도로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KTX보다 빨리 달리진 못하지만 정차역을 최소화함으로써 도착시간은 앞당겼다. 열차마다 다르지만 KTX-산천은 광명, 천안아산, 오송, 김천구미, 울산역에도 정차한다.
반면 KTX-청룡은 부산까지 2개역(대전, 동대구)에만 멈춘다. 최대 2시간50분 걸리던 여정을 2시간17분으로 30분 넘게 단축한 것이다. 용산~광주송정 소요시간도 1시간53분에서 1시간36분으로 줄었다.
KTX-청룡은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다. 10칸 중 맨앞과 맨뒤에 동력차를 둔 KTX-산천과 달리 KTX-청룡은 앞뒤 운전실을 제외한 나머지 객차 6칸에 동력·제동장치가 배치됐다. 우수한 가속·감속 성능 덕분에 가고 서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
이기철 코레일 차량본부장은 "가속·감속 성능이 우수해 역 간 거리가 짧은 국내 구간에 유리하다"며 "동력이 분산돼 일부 동력을 상실할 경우에도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승객이 탄 칸에 동력장치가 있어도 소음과 진동은 크지 않았다. 딸아이와 함께 탄 30대 여성은 "일반 KTX를 많이 타봤는데 KTX-청룡이 훨씬 덜 시끄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고속구간에선 일부 흔들림이 있었지만 KTX와 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이정율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은 "상하좌우 진동을 기준치 이하로 조정하고 있다"며 "승차감은 기존 KTX나 산천보다 우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차 늘고 빨라지면 가격 올라갈까
아직 열차가 2대뿐이라 운행이 촘촘하지 못한 건 아쉬운 점이다. 주중(월~목)엔 서울~부산, 용산~광주송정을 오가는 열차가 각각 1대다. 오전 8시58분 서울역을 출발하는 KTX-청룡을 놓친다면 일반 KTX를 타야 하는 것이다. 주말(금~일)엔 2대를 연결해 더 많은 승객을 싣고 서울~부산만 왕복한다.
아들과 동승한 30대 여성은 "아이가 열차를 좋아해서 종류별로 다 타봤는데 KTX-청룡이 제일 편한 것 같다"며 "같은 값이니 당연히 KTX-청룡을 타고 싶지만 예매가 순식간에 끝나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운임은 성인 일반실 기준 5만9800원으로 KTX-산천과 동일하게 책정됐다. 이기철 본부장은 "정부가 정한 운임 상한에 맞춰 운임을 책정했다"며 "현재는 KTX-산천과 동일한 운행속도를 나타내고 있어 운임도 동일하다"고 말했다.
향후 운행속도가 320km/h로 빨라지면 운임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 본부장은 "현 시점에선 검토된 바 없다"며 "선로속도 등을 모두 고려해 추후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2027년부터 KTX-청룡 열차 17대를 추가 도입하는 계획을 지난달 발주했다고 밝혔다. 수원·인천발 KTX와 평택~오송 2복선 사업 등 신규 노선이 건설되면 KTX-청룡을 전국적으로 확대 운행할 방침이다.
KTX-청룡은 다음달 1일부터 운행한다. 이달 2일부터 승차권 예약 발매 중이다. 22일 기준 다음달 1~19일 1만7884명이 열차를 예매했다. 예매율은 33.1%로 동시간대 다른 열차(15%)의 2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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